2025.09.28 17:23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거리 서점들

특별한 수원, 수원엔 감춰진 이야기가 수없이 많다. 수원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본문

 

dc208-68d8efe25aeda-2d396e3d5fb551b92dd5bb84a6db8c44be700c83.jpg

서점들이 즐비하게 있었던 남문서점가

 

20일, 팔달문 부근에 있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A씨는 지하 서점내에서 손님이 오는지 안 오는지 밖만 쳐다보고 있다. 이내 한숨을 푹 쉬며 요즘 책을 찾는 사람들이 적어졌다며 지역의 헌책방을 비롯해 중·소 서점들은 하나같이 서점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수원지역도 이럴진데, 다른 지역은 또 어떨까? 
전국적으로 동네 서점들은 90년대 중반 레코드가게처럼 하나씩 하나씩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슬며시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건가요?" 물어보니 걱정이 많은 듯"요즘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요즘은 책방을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경기가 안 좋은 듯합니다. 찾는 손님들이야 있지만 이곳같이 헌책만은 마니아층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하며 이내 손님이 들어오자 반가운 듯 손님에게 책을 안내하러 간다. 

천천히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동네서점의 이런 풍경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시대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고 서점 또한 레코드가게처럼 하나하나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dc208-68d8effba131c-8ffd3477ecd2aed095cae15b73ac23f00c879bae.jpg

1910년대 성안 풍경 수원관련엽서를 발행했던 창광당 서점

 

수원지역에서 서점이 처음 있었던 시대는 대한제국시대 까지 올라가게 된다. 1900년대 초 수원에서 처음으로 서점을 연 '청광당'이라는 서점이 있었다. 
수원읍에 자리 잡은 청광당 서점은 당시 아예 '수원의 명소'라는 시리즈로 엽서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는 앞 다투어 조선의 풍경은 카메라에 담아, 그 중 일부는 조선의 풍속과 명승고적을 소개하는 엽서로 만들었고 또한 당시 화성과 수원팔경의 아름다운 경관도 엽서에서 자주 단골로 등장했다. 
그런 엽서를 청광당에서 판매를 했고 또 당시 각종 고서적 뿐만 아니라 신간서적들을 판매 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지나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팔달문 인근에 서점이 처음 들어선 것은 교학사였다. 
교학사가 들어서면서 팔달문 인근엔 성 안쪽의 헌책서점들과 성 밖의 서점가들이 들어서면서 70년대부터~90년대까지 남문 서점가는 호황을 맞는다. 
2000년대 초반 팔달문 시장의 침제와 맞물려 서서히 서점거리에도 침제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당시 청소년들은 팔달문 인근에 있는 서점을 찾기 보다는 PC방이나 햄버거집 등으로 다니면서 그 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거리를 매웠던 지역의 서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팔달문 인근에 위치한 남문서점거리의 명맥을 겨우 유지했던 동학서점(교학사)도 결국 지난 8월 문을 닫고 만다. 

 

dc208-68d8f062ab48a-48ce53d0824150e2410b0dc11a6a662d6f295e03.jpg

지난 8월경 남문서점거리의 명맥을 유지했던 동남서적도 문을닫고 만다.

 

60년대부터 서점을 열었던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중 하나인 동남서적은 처음엔 서울에 있었다가 70년대 팔달문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이곳에서 40년간 운영했던 그야말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수원의 대표적인 서점 중 하나였다. 
또한, 이곳은 동학서점을 비롯해 3~4개 대형 서점들이 있었는데 서점이 문을 여는 오전이면 책을 수레로 실어 나르는 풍경을 자주 접했던 곳이다. 

길가엔 많은 책들을 쌓아놓고 하나씩 서점 안으로 옮기는 풍경을 중·고등학생 시절 버스 안에서도 자주 목격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은 추억 속 장면으로만 남아있다. 20대 시절 이곳 서점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던 추억이 있다. 
수북이 쌓여있는 책 숲 사이로 손님이 원하는 책들을 신속히 찾아주는 것도 일중의 하나였다. 

또한 인근에 수원사람들의 약속장소였던 중앙극장이 있던 시기는 사람들이 약속시간 보다 빨리 왔을 땐 이곳에서 간간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는 장소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엔 길가에서 보면 오색찬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빛을 내고 창문 앞에서 길게 서서 책을 읽던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9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터넷 시대와 더불어 90년대 후반 온라인 서점들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동네서점들은 수원 같은 대도시에서도 한두 개의 대형서점을 제외하곤 중·소 서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는 추세이다. 

 

dc208-68d8f084ca5ff-e316c1a6378308f3685196aa3b4c5642f257d294.jpg

팔달문 인근에 있는 오복서점

 

지금의 어린이들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너무 게임에 빠져 사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봐도 그와 비슷하게 폭력적인 게임물을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책을 많이 읽은 어린이들과 책을 멀리하고 게임을 접한 아이들에겐 어떤 차이점이 오게 될까? 아마도, 자라면서 인성과 성품에 차이가 커지고 또한 어렸을 적 위인전을 수백 권 읽은 어린이들은 나이를 먹게 되면 그 위인 같은 인성과 성품을 닮아가게 된다. 

또한 동화책을 많이 읽고 자라는 어린이들은 분명한 것은 감수성이 매우 발달하게 되고, 과학서적 이나 소설 등을 읽어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오랫동안 시대의 낭만이 있었던 서점에서, 추억이 사라지는 현실에 깊은 아쉬움이 남기며 책을 더욱 소중히 하고, 잊혀 질지 모르는 동네서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또는 친구들과 추억을 담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김홍범기자미니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